삼한의 시대에 삼한이라는 지역에서는..

삼한은 국가도 아니고 시대의 이름도 아니고, 지역의 이름이다.

 

기원전 1세기경부터 3세기까지 한반도에는 많은 정치 세력들이 있었다.

고조선의 정치적 변화는 한반도 전역에 철기 문화를 보급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철기 문화는 수많은 성읍국가(사이즈로는 성읍, 정치적으로는 군장국가) 수준의 정치집단을 만들었고 서로 대립하고 무역하며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

 

한반도 북쪽의 부여계 이민족이 세운 고구려와 백제 또한 처음에는 작은 군장국가이거나 연맹체에 불과했지만 주위의 조무래기들을 삼키면서 사이즈가 성읍국가에서 영토국가로 발전해 나갔다.

 

고조선이 서쪽 중국 연(燕)나라의 공격을 받고 한반도 북부로 쪼그라들면서 부여라는 성읍국가 연맹체도 영토국가로 발전했다.

위만에게 왕위를 빼앗긴 준왕세력이 마한지역에 내려와 철기문화를 중심으로 건마국을 세웠고 목지국으로 이동하면서 한 때 마한 지역의 맹주로 활약했으나 영토국가로의 진입은 실패하였다.

부여의 왕실 세력싸움에 밀린 세력이 남쪽으로 내려와 성읍국가 수준이었던 졸본 부여를 고구려라는 영토국가로 일으켰다.

고구려 왕실의 세력싸움에 밀린 세력이 남쪽으로 내려와 세운 십제는 백제로 업그레이드 한 후 꾸준한 정복활동과 선진문물 수입으로 마한지역의 영토국가가 되었다.

고조선이 망하자 많은 철기문화 유민들이 마한의 남쪽에 자리잡으면서 무역을 통해 강력한 성읍국가 연맹체(침미다례, 신미국)을 결성하였으나 영토국가로의 진입에는 실패하였다.

망한 고조선의 유민은 변한 지역에도 성읍국가 연맹체를 만들었다. 철 생산량이 대단해서 온 동네에 팔아제끼면서 강력한 왕권을 만들고 김수로왕의 건국신화까지 만들었으나 부자라서 그랬는지 '가야'라는 영토국가로 가는 듯 하다가 신라에 흡수되었다.

 

 

진한 지역은 사로국이란 성읍국가가 비교적 안정하게 주위의 성읍국가들을 흡수해서 영토국가로 발전해 나갔다. 군사력보다는 월등한 경제력이 영토국가로 가는 데 크게 작용한 케이스이다.

또한 진한 지역은 거의 신대륙 수준으로 이민족들이 넘쳤다. 고조선 유민 뿐만 아니라 진시황을 피해서 온 중국계 유민도 있고, 일본에서 건너온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미국처럼 토착민을 학살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박혁거세의 알을 발견한 곳이 백마가 울던 우물가라는 점도 이채로운데, 아마도 고조선 유민 중 말을 끌고 온 사람들이 우물을 소유하고 있는 토착세력과 연합한 듯 하다. 중동 지방이 아니더라도 고대에는 우물 주인이 그 지역의 주인장이라고 보면 된다.

박혁거세의 부인의 입이 닭부리처럼 생겼고 국가의 이름이 계림(鷄林)으로 적힌 문헌도 있는 것으로 보아 토착민들은 아마도 닭을 숭배했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박혁거세 거서간을 설명하는 신화에서 유독 두드러진 점은 '디게 착하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다. 낙랑군도, 왜놈들도 박혁거세가 착하다는 소문을 듣고 공격을 멈추고 돌아갔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박혁거세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도 '착해서' 왕으로 추대된다는 기록이 있을만큼 신라의 건국초기 왕들은 모두 '착했다'.

신라의 후손들이 박혁거세의 치적을 만들어 낼 때 '착함'을 강조한 것은 그의 무능함을 가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신라는 왕권 강화가 가장 늦게 이루어지고, 전통적으로 귀족들의 힘이 쎈 국가로 발전했다. 왕이라는 자리(정확히는 이사금)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서로 양보하다가 치아가 더 많은 사람이 왕이 된다는 기록이 있을만큼 왕권은 허접했다.

박혁거세를 기리고 시조로 추앙하는 것은 신라 왕실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였겠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기억들은 '무능' 그 자체였을 것이다.

 

'무능'을 조금만 다르게 각색하면 '착함'이 나온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삼한의 어느 지역인지 어느 국가였는지는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으나 중국 기록을 보면,

꽤 큰 성읍국가의 군주는 신지라고 부르고, 별볼일 없는 성읍국가의 군주는 읍차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서 귀족사회 내에서도 계급화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군주가 해야할 정치적 역량이 커짐에 따라 정치와 종교의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었다. 성읍의 군주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자 종교적 세뇌 교육은 '천군'이라는 자가 도맡아 했다. '천군'이 단순히 무당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군이 주인행세를 하는 '소도'라는 지역은 군주의 법령이 통하지 않는 일종의 치외법권으로 인정받아서 죄를 지어도 소도로 도망하면 처벌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