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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을 위한 과학상식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시대의 깜찍한 생각을 허접데기로 만드는 데 특출난 사람이었지만, 그 시대의 최고 지성인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연현상에 관심을 가졌고, 깊이 관찰하고 사색하였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설명들이 못내 아쉽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설명들이 정량적 분석에 근거를 두지 않고 정성적 분석에 근거를 둔 까닭일 것이다.

 

정성적 분석이란 언어화되는 수준의 표현이라면, 정량적 분석은 정도를 양으로 치환하여 수치화하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물의 온도를 정성적 분석하자면 '얼음처럼 차가운 정도' '손이 시려워서 계속 담글 수 없는 정도' 등으로 차별화하는 수준이고, 이마저도 매우 주관적이다.

 

정량적 분석으로 물의 온도를 나타내자면, 0℃에서 100℃까지의 범위에서 무한히 많은 지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영하 0.05℃에서는 결코 얼음이 녹지 않는다. 0℃와 영하 0.05℃의 차이는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절대 감지할 수 없는 차이다. 즉 정성적 분석으로는 이 차이를 나타낼 방법이 전혀 없다.

하지만 온도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대신에 숫자를 대입함으로써 이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감각기관으로 포착해낼 수 없는 차이를 실재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온도'라는 관측량 안에 무수히 많은 온도의 경우수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온도처럼 무수히 많은 정도를 수량화할 수 있는 량을 '물리량'이라고 하는데, 물리량으로서의 '온도'는 수 체계에 일대일 대응되고 수식이나 방정식에 대입할 수 있다.

 

물리량을 이용하면 과학자들 사이의 소통도 원할해지고 후학들에게로의 학습도 체계적이 된다. 

전 세계 사람들은 15℃에 대한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1 기압에서 물의 온도를 0으로 하고, 끓는 온도를 100으로 한다'라는 공통된 약속에 의거한다.

지구상에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미리 연구하여 정리해 놓은 것을 몰라, 또는 이해하지 못해서, 평생에 걸쳐 동일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이 많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동일한 약속과 동일한 물리량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타인의 연구에 관심이 많고, 매일같이 학숙지를 들쳐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경쟁자나 선배의 연구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그에 대한 의심과 지적에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과학계는 모두 동일한 물리량을 사용하고 있다.

 

온도 말고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일상 속에서 '힘'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었다.

'힘'은 거친 남자의 근육이나, 말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추진력 등과 함께 어렴풋하게 있었지 물리량으로 정의될 것 같지 않았었다.

뉴턴은 이 막연한 '힘'을 물리량으로 둔갑시켰다. 그것은 쾌거였다.

 

 

갈릴레오가 찾아낸 관성이라는 것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경험되는 것이다. 달리는 마차에서 섰을 대 몸이 앞으로 쏠리고, 덩치가 큰 물체일수록 빠르게 만들기 힘들다는 경험은 누구나 느끼는 현상이다. 

인류가 겨우 이해한 관성은 성질이지 '양'이 아니었다. 하지만 뉴턴은 갈릴레오의 관성을 물리량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관성의 정도를 나타낸는 양, 관성량을 '질량'이라고 이름지었다.

물론 후에 질량이 클수록 지구로부터 큰 중력을 무겁다는 것이 밝혀져 질량과 무게가 혼동되는 사태에 이르기는 했지만..

 

'힘'과 '관성'

뉴턴은 물리량으로 파악되기 힘든 두 개념을 하나의 방정식 안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나타냈는데,

힘은 관성을 설명하고, 관성은 힘을 설명하는, 인류의 근대적 이성이 폭발하는 대사건이었다. 

 

많이도 봤고, 수도 없이 들어봤을 내용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뛰어난 지성을 무참히 짖밟은 잔인한 방정식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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